샤오롱바오의 영화 냠냠 <닥터스트레인지러브> : 블랙코미디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Or :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9.2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피터 셀러스, 조지 C. 스캇, 스터링 헤이든, 키난 윈, 슬림 피켄스
정보
코미디, SF | 영국 | 96 분 | -

  



부제 :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된 이유?

 


오늘 다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Dr.strange love>(1963)의 부제는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해석하면 내가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된 이유 정도가 된다. 도대체 무슨 말이지?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웃기긴 한데, 도대체 이게 뭐야?

블랙코미디영화인 이 작품은 보는 내내 어이가 없어서 실소와 폭소를 내뿜게 되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정말 이상하기 그지없다. 미국발 핵미사일이 지금 소련으로 날아가고 있다는데, 이 사람들 지금 제정신인가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명성에 걸맞게 이상하고 난해하고 극단적인 이 영화, 역시 심상치 않다.

 



스탠리 큐브릭의 세계

우리는 모두 그의 영화를 모방하느라 허덕였다.” -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샤이닝>(1980)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작품이다. 미국의 대표적 SF감독으로 불리는 스탠리 큐브릭은 1961년작 <롤리타>에서 중년 남자가 롤리타라는 소녀에게 매혹되어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냉소적인 관찰력의 블랙 코미디로 그려냈는데, 이 작품이 이후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로 이어져 블랙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에서 시작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장치의 오렌지>(1971)로 이어지는 미래 시리즈 3부작은 영화사에서 스탠리 큐브릭을 전설의 자리로 올려놓았고, 그 중에서도 영화혁명으로 불리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류가 달에 착륙하기 1년 전에 만들어졌고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인류 역사와 기계 문명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이 담긴 이 영화는 SF영화의 경향을 단번에 뒤바꿔 놓았고 루카스, 스필버그, 랜더스, 카펜터 등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큐브릭의 영화세계는 매우 극단적이고 난해하며 몇 작품은 특수효과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그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당시 타임지는 큐브릭을 오손 웰 이후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각본과 촬영을 보여준 감독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오손 웰 감독이 영화사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스탠리 큐브릭은 명실상부 엄청난 감독이었던 것이다. 큐브릭의 엄청난 천재성은 영화로서 미래를 말하는 그의 시도에 들어있다. 예나 지금이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감독이긴 하지만.

 

 


 과거 : 냉전Cold War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가 다루는 과거를 꼽자면 물론 냉전시기일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종결 후,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진영의 정치, 외교, 이념, 군사적 영역에 이르는 갈등을 뜻하는 냉전은 그 명칭 차가운 전쟁이 뜻하듯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없지만, 언제 전쟁이 재발해도 이상할 것 없는 첨예한 대립 속에 전 세계가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이 영화의 기본 스토리도 갑작스레 발사되어 버린 핵미사일을 두고 미국과 소련이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역시 이상하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세계를 움직이는 질서였던 냉전이라는 배경이 있기에 가능한 설정인 것이다.

 

 



현재 : 쿠바 미사일 위기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는 냉전 시기 중에서도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위기를 경고한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사태를 타깃으로 잡고 있는 듯하다. 쿠바에 미사일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미국과 소련이 11일 동안 첨예하게 갈등한 쿠바 사태는 여차하면 3차 대전이 일어났을 위기로 평가되곤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3차 대전이란 당연히 핵전쟁의 형태로 발발했을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역시 제정신이 아닌듯한!) 리퍼 장군의 지시로 결국 핵미사일 발사까지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보여준다. 100분의 러닝타임은 영화로서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결정이 이 정도 시간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일이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나름 신속한 핵미사일의 발사는 언제 핵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냉전의 상황에서, 영화의 진행은 미사일 발사가 이렇게 간단하게 결정되어 걷잡을 수 없이 전쟁과 멸망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다는 현실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이 육중한 무게의 전쟁이 발발되는 장면까지도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미사일 발사를 위해 소련까지 날아가는 우리의 전투기는 하나하나 고장이 나는 것도 모자라 미사일 발사 스위치가 먹통이 되고 이를 직접 수리하기 위해 대장이 내려가 발사 장치를 결국(!) 고치는데, 고치는 순간 명령을 알아들은 발사 스위치는 그대로 미사일을 떨어뜨리고, 수리 중이던 대장도 미사일과 함께 저 아래로 떨어진다.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자 가장 긴장감 넘치는 이 시퀀스의 끝에서 들리는 대장의 목소리와 손짓은 떨어진다는 공포에 휩싸인 비명인지, 미사일 발사 성공을 향한 환호인지 헷갈릴 정도다. (지금 생각해도 이 부분은 정말...웃기다. )

 

 


미래 : 미래에 대한 감독의 시선

 

이 코미디 영화는 명백한 픽션으로,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고, 너무도 기이할 만큼 우왕좌왕하고 우스꽝스럽고, 일촉즉발의 전시상황이라기엔 지나치게 태평하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직전까지도 대부분의 인물들은 전쟁을 믿지 않고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각자의 즐거움(여자, 음식)을 채우는 것에 급급하다. 핫라인으로 무의미한 대화를 주고받는 미국과 소련의 대표자들을 보고있자면 냉전을 이념 전쟁이라고 볼 수 있을가 회의가 밀려온다. 

이렇듯 감독은 핵전쟁이라는 현실의 위기를 코미디라는 장르로 풀어냄으로써 희극적, 풍자적으로 그리고, 아니 그래서 상징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관객은 냉전으로 인해 어느새 익숙해지고 무뎌지기까지 한 전쟁의 위기를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화면 안에서 만나면서, 현실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다 가라앉고, 전쟁의 이미지들이 소비되는 방식들을 떠올린다. 이러한 양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존재한다.

그렇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니다. 실제 인물도 등장하지 않고, 실제로 일어난 일을 담지도 않았다. 그러나 언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우리 가까이에 있는 전쟁위기에 대해 누구보다 신랄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쉴 틈 없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이질감으로 가득한 흑백의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영화의 기이한 웃음들을 보면서 이것이 영화이지 현실이 아니란 것을 쉽게 되새긴다. 하지만 영화 엔딩 시퀀스의 핵 버섯들에서 어느새 현실의 공간으로 성큼 다가온 영화의 메시지를 마주한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픽션이었다 한들, 이 핵 버섯들은 모두 현실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재현하기

바로 여기에 미래를 바라보고 재현하는 감독의 시선이 깃들어있다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바로 우리의 현실이 미래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지금의 핵 위기를 만든 것은 바로 인간의 손전쟁이 두렵다며 손사래 치는 인간들의 욕심이었다어쩌면 이름부터 이상한그리고 인류 멸망 장치를 만든 우리의 스트레인지 러브 박사의 탓은 전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미래를 스크린 안에 재현해내는 큐브릭 감독의 천재성. 그를 SF의 거장으로 부르는 이유도 그가 인간의 상상을 가능한 형태의 현실로 재현한 것에 있을 것이다. 왠지 미래가 도래하면 있을 것같은, 그러고도 남을 것 같은 상상 속의 그림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역시 과거와 현재에 국한되지 않고 냉전의 연속선상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를 그려냄으로써 가장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이어지는 역사에 대하여. 지금, 우리는 무엇이 얼마나 다르던가.

 

 

 




**********************************************************************************************BY 샤오롱바오

대책 없이 사는 만년 졸업반. 영화와 미술, 그리고 춤에 빠져있다. 

많은 영화를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기준은 매우 명확한 관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