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출발하여 로마까지. 함께 오페라를 따라 여행한지 2주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잘 쉬었나요?! 그런데 갑자기 웬 높임말이냐구요? 저번 글에서 ‘여행’을 컨셉으로 으로 오페라 여행을 떠났는데 써놓고 나니 아쉬움이 남더군요. 처음에는 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쓰고 나니 수학여행을 인솔하는 ‘선생님’ 느낌이 들었거든요. 진짜 여행을 이끄는 가이드처럼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어서 삐아오도 이번 글에서만큼은 살짝 친근한 느낌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오페라 여행, 그 세 번째 도시로 낭만이 있는 ‘물의 도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로 떠나볼게요.



피렌체에서 소수 귀족의 여흥으로 시작된 오페라는 피렌체나 로마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었다는 걸 기억하시나요? 그랬던 오페라가 베네치아에 당도해서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오페라’의 전형적인 모습이 갖추어지기 시작하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1637년에 베네치아에 설립된 최초의 오페라 극장, ‘산 카시아노 극장(Teatro San Cassiano)'가 당시 오페라의 인기를 잘 보여줍니다. 오페라 극장이 설립되면서 베네치아에는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공공음악회’ 형식이 처음으로 실행됩니다. 돈을 내고 표를 구입한 사람이면 누구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었던 것이죠. 지금은 자연스러운 콘서트 문화로 자리잡은 관행이지만 예전에는 종교나 성, 신분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자격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였습니다. 대중들도 돈만 있으면 오페라 공연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오페라 극장의 설립은 오페라의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더 많은 인기를 모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오페라의 대중화는 오페라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옵니다. 오페라가 표를 팔고 이익을 얻는 상업화가 되면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17, 18세기 당시 귀족이 아닌 평민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기 어려웠음을 생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복잡한 스토리나 어려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연보다는 즉각적으로 보이는 것, 들리는 것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이러한 대중들의 취향에 편승하여 오페라도 점점 스토리나 메시지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볼거리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의상이나 무대가 화려해짐은 물론이고, 서커스단처럼 묘기를 부리기도 했고 심지어는 실제 코끼리를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볼거리 위주의 오페라는 오페라로서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스토리를 담고 있는 대본이 타락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대중들의 선호와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사이의 갈등은 현대의 예술에서도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이탈리아 제3의 도시이자 우리의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지, 나폴리로 떠나봅시다. 바로 이곳에서 오늘날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이 확립됩니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다른 나라의 오페라와 구분하는 특징은 오페라가 아리아 중심으로 공연된다는 점입니다. 아리아(Aria)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최대한 풍부하게 전달하기 위해 서정적인 선율로 이루어진 노래입니다. 주로 오페라의 주인공이 부르는 아리아는 극의 흐름을 잠시 끊고 주인공의 심리를 전달하는 데 주목합니다. 극이 전개되는 과정을 전달하는 레시타티브(Recitative)와 대비되는 단어입니다. 레시타티브는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극을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사 전달이 중요해집니다. 따라서 첫 번째 여행에서 살펴보았던 단선율의 모노디 양식을 사용했죠. 하지만 아리아는 극의 흐름과 떨어져있기 때문에 가사 전달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성악 기교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아리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숙련자들만 할 수 있는 ‘벨칸토 창법’에 대해서는 로마에서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노래할 때 성악가가 자신의 호흡을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었죠. 성악가의 기교가 중심이 되는 아리아에서는 벨칸토 창법이 널리 보급됩니다. 대표적인 기교로 고음과 장식음, 긴 음을 주로 사용했는데 특히 긴 음의 사용은 ‘a’나 ‘o’와 같은 가사의 모음을 길게 연장하는 방식으로 불렸는데 이 때 많은 장식음이 함께 사용되었습니다. 이 때 작곡가가 따로 악보에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악가가 자신의 기교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불렀습니다. 이 전통은 오늘날의 오페라에까지 이어져서 성악가가 노래하는 약간의 즉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교가 중심이 되다 보니 당대 남성이지만 여성의 음역을 부르는 기교가 가능하던 거세한 남성가수 카스토라토가 성행했습니다. 나폴리에서 활동하던 대표적인 카스토라토는 ‘울게 하소서’ 등으로 유명한 파리넬리(Farinelli)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마무리하며 그 흐름을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피렌체에서는 고대 그리스 연극을 이상으로 삼던 카메라타의 영향으로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음악보다 가사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로마에서는 교황을 보러오는 신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벨칸토 창법이 개발되었고 점점 음악으로 중심이 옮겨갑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오히려 내용은 부수적인 요소가 되고 볼거리 위주가 됩니다. 마지막 나폴리에 이르러서는 초기 피렌체에서 처음 탄생했던 오페라의 목표와는 반대로 가사의 비중은 거의 없어지고 성악가의 노래, 특히 기교가 중심이 되어가는 변화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그 모습이 점차 변하다가 애초의 목적과는 전혀 반대의 모습으로 완성된 이탈리아의 초기 오페라. 그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이 흥미롭지 않나요?

여행이 이대로 끝나기는 아쉬운 분들을 위해서 국경을 살짝 넘어 프랑스도 잠시 여행할게요. 프랑스의 오페라가 이탈리아 오페라와 벌이는 미묘한 신경전이 또 흥미롭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내용적으로 이탈리아의 대본은 고대의 신화만 다루는 허술함이 있다고 지적하고, 형식적으로는 남성이 여성의 음역을 노래하는 카스토라토에 대해서도 눈과 귀의 불일치를 근거로 비판합니다. 그 외에도 볼거리 위주의 공연 때문에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이탈리아 오페라 전반에 대한 거부감을 보입니다.



이러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프랑스 고유의 오페라를 탄생시킵니다. 아, 이 말을 프랑스에서 들으면 기분나빠할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오페라’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고유의 장르이기 때문에 프랑스는 이탈리아를 따라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페라’가 아니라 ‘뜨라게디 리리끄(Tragedie Lyrique)'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뜨라게디 리리쓰는 ‘서정적 비극’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프랑스의 작곡가 ‘장바스티스 륄리(Jean-Baptiste Lully)'에 의해 창조되었습니다. 즉 륄리가 프랑스 오페라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죠. 륄리는 문화적 우수성이 왕실의 권위와 연결된다고 생각했던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에서 프랑스 고유의 오페라를 만들었습니다.(루이 14세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자세히 알고싶다면 '샤오롱바오의 영화 냠냠 6 <왕의 춤>'을 참고할 것!)

하지만 프랑스의 노력에도 ‘뜨라게디 리리끄’는 오늘날 오페라의 한 갈래로서 프랑스 오페라로 생각됩니다. 사실 이탈리아 오페라와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다른 장르로 볼 수 있을 만큼의 큰 구분은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오페라와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표적인 차이는 주제입니다. 앞서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정형화된 대본을 지적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건국영웅의 이야기나 왕실 인물의 무용담을 주제로 하는 오페라를 정형화했습니다. 또 오페라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곡이 반드시 부점으로 시작되는 ‘프랑스 서곡’도 탄생합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가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프랑스는 5막으로 늘리기도 했지요. 그 외에 발레가 삽입되거나 관현악 반주가 비교적 화려한 점 등의 사소한 차이도 보이지만 프랑스의 주장만큼 아예 다른 장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페라’라는 장르 안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자존심 대결은 보이지 않는 (문화) 전쟁으로도 보입니다.

자, 제가 준비한 오페라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쉽진 않지만 당시의 배경과 오페라가 벌어지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함께 여행했다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부디 유익했던 여행이었길 바라며...혹시 다른 주제로 음악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또 가이드 삐아오가 등장하겠죠? 그때까지 안녕~


* 그림 1. 베네치아의 야경.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 그림 2. 나폴리의 야경.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 그림 3. 영화 <파리넬리> 포스터. 2011년 6월 30일 개봉작.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 그림 4. 프랑스 작곡가 륄리 초상화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