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 전 주의사항 

① 이 글은 책을 읽으신 분들을 독자로 하기에 다량의 스포일러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② 이 글의 인용 쪽수는 김연수의『사월의 미, 칠월의 솔(문학동네, 2013)을 참고했습니다.

③ 문장 일부의 인용은 큰따옴표 표시만을문장 전체 인용은 작은따옴표 표시와 함께 괄호 안에 쪽수를 표기했습니다. 문단의 인용은 들여쓰기 후 괄호 안에 쪽수를 표기했습니다.

 

 

 

 

 

검은색으로 쓴 질문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0. 들어가며

 

   시간이 없어서, 라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김연수는 단정적으로 작품의 해석을 다는 것이 조금은 꺼려지는 작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쓰려고 하는 작품의 주제가 이와 관련되어 있다면 더욱 더 그렇다. 그리하여 이번 편은 짧게 몇 가지 물음들을 늘어뜨려 보려 한다. 작품 속 표현을 빌리자면 검은색 펜으로 쓴 물음들이다.

 

 

 

#1. 이야기와 이야기의 관계

 

   김연수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면, 조금은 당연한 이야기인 듯도 하다. 그에게 소설은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다. 참다운 이해라는 것은 결코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소설 역시 쉽게 이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모두 거짓이란 말은 달리 말하면, 쉬운 이해는 잘못된 이해라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쨋거나 김연수는 그의 소설을 통해 이 목표를 매번 이루는 듯하다. 내가 김연수의 소설을 읽는 방법 중 하나는 소설 속 여러 이야기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이야기들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 공통점이 분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서도 몇 가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암투병 중인 주인공과 괴테. 정대원 씨가 들려준 발이 내는 소리를 묻는 이야기. 소설 속 소설로 나오는 ‘24번 어금니로 남은 사랑’. 그 소설의 바탕이 된 실제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 이야기들은 무엇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일까.

 

 

 

#2.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소설가 김연수는 언제나 제목을 통해 독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단편소설의 제목이다. 푸른색은 무엇을 의미하고, 푸른색으로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목을 읽자마자 궁금해진다. 이는 분명 제목 속 푸른색이 시시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로부터 기인하는 호기심을 것이다. 늘 그렇듯,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니 푸른색은 무엇이었고 푸른색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무어라고 말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보통 김연수의 소설을 읽고 나면 제목은 이해가 간다. 그리고 호기심은 내용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하자면, 제목이 가리키는 바가 소설 속에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고, 그리고 나서 그 가리키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새롭게 알아내고 싶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소설을 읽고 나서도 궁금한 점이 남아있었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왜 제목 속에 우리가가 들어가야 했을까. ‘우리가를 생략하거나 내가라고 쓸 수 있는 것 아닐까. 단지 주인공과 정대원이라는 두 인물이기에 우리라는 지시대명사를 쓴 것일까. ‘우리는 좀 더 넓은 의미의, 작품 속의 사람뿐만이 아니라 작품 밖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말은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3. 나오며

 

   작품을 한 번 읽고,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 번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과 궁금한 점을 글로 옮겨보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건 검은색으로 쓴 질문일 테다. 작품 속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젊은 작가라면 절대로 컴퓨터로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작가에게서 초고를 빼앗아버리기 때문이다. 작가의 일이란 교정하지 않은 초고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정말 여기까지가 다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시작하는데 말이다. (후략)” (172)

 

나도 이 질문을 던지고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아야겠다. 질문에 어떤 해답이 보인다면 다음 글의 제목은 빨간색으로 쓴 글쯤이 될련지도 모르겠다.







 

by 오까마  

높디높은 열정과 낮디낮은 능력 사이에서 방황 중  

문학에 관심이 많지만 책 읽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