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롱바오의 영화 후루룩4 <화이>: 새로운 사랑의 방식, 사랑을 먹고 자라는 나무 화이

*영화 내용이 들어있어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글입니다.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7.7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여진구,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정보
액션, 스릴러 | 한국 | 125 분 | 2013-10-09

 

요즘 샤오롱바오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수업 공강 시간에 장준환 감독의 영화 <화이>를 보고 왔습니다. 배우계의 유망주로 떠오른 여진구(화이 역)와 베테랑 배우 김윤석(석태 역)의 만남으로 한껏 기대를 모은 작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장준환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를 매우 인상 깊게 봤거든요. 조금 작위적이고 거칠지만 동시에 미묘한 심리묘사를 선사하고 이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고민할 거리를 선물해주는 영화였어요. 영화 <화이><지구를 지켜라>와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문득문득 닮은 구석도 보이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지구를 지켜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어쨌든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는 <화이>가 꽤 맘에 듭니다. 뻔하지 않아서 좋아요. 촌스럽고 진부해질 수도 있을 스토리를 복잡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재미와 대중성도 얻었으니 감독의 능력을 입증한 셈이네요.

 

 

 

Quest: 아빠()를 뛰어넘어라!

 

<화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물론 화이입니다. 전체를 놓고 보면 영화는 일종의 성장 소설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 범죄그룹 낮도깨비인 5명의 아빠들에게 집중적인 교육을 받으며 화이가 진실에 눈뜨는 순간 화이에게 던져진 퀘스트: 아빠들을 뛰어넘어라!

 


마음 가득 차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해소하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화이에게 아빠들은 한 명 한 명,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퀘스트처럼 주어집니다. 사격과 무술을 배운 아빠에게는 사격과 무술로 대응하고, 화려한 운전기술을 전수해준 아빠와는 레이싱으로 실력을 겨룹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할 판을 짜는 것도 모두 아빠들을 보고 배운 것이겠죠. 물론 우리의 주인공 화이는 이 통과의례들을 처음이라 조금 서툴지라도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냅니다.

 


사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아빠들의 태도입니다. 아빠1의 죽음 소식을 듣고 화이가 자신들을 죽이러 올 것임을 알고 있고 또 화이의 공격에 결코 느슨하지 않게 대비하지만 어째서인지 적대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화이를 절대 죽이지 말 것을 서로에게 당부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한 걸음 물러섬으로써 화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죠. 죽음의 위기에서 오는 스릴 앞에서도, 아이에게 밀린다는 자존심 상하는 상황 속에서도, ‘아들화이가 이렇게 잘 해낸다는 것을 보면서 대견해하기까지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아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임을 염두에 두고, 하지만-심지어는 아들의 폭주에 배신감까지 느끼는 아빠들! 이들의 모습은 혈연 없이도 명확한 부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명백한 부조화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식상하지 않은 것이고요.

 

 

 

아빠와 아들, 눈물겨운 부성애

 

이토록 눈물겨운 부성애는 석태에게서 정점에 다다릅니다. 의외인가요? 영화 내내 화이에게 엄격하고 냉철한 모습만 보이며 화이를 강하게 억압하는 석태는 화이가 가장 두려워하지만 가장 동경하는 아빠로서 화이와 가장 극적인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니까요. 그러나 석태 자신 역시 화이에 대해 가장 강렬한 집착과 엄격함을 보입니다.

 


그런데 애가 병이 좀 있어. 괴물이 보인다나그런 건 날 닮았나봐. 내가 그랬거든.”

 

영화 후반부, 엮인 실타래가 모두 풀리는 석태의 독백. 석태 역시 화이처럼 괴물이 보였다는 얘기는 갑작스럽고 또 놀랍습니다. 괴물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한다는 석태의 믿음. 지난 시간 화이를 향한 석태의 압박과 다그침이 모두 화이의 괴물을 없애주기 위한 것이었다니! 이 말들이 화이 그리고 자신에 대한 합리화일지언정 저는 석태의 진심을 믿어주고 싶던걸요? 어쨌든 그는 아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아빠들의 목숨까지 기꺼이 걸었으니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화이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 아빠들을 모두 뛰어넘습니다. 제목이 괜히 괴물을 삼킨 아이가 아니겠죠. 화이의 비범함을 보고 있자면 아빠들의 능력을 모두 합쳐 완전체 괴물이 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석태의 물음대로, 괴물 아빠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역시 괴물이 된 자신을 보며 화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앞서 눈물겨운 부성애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사실 화이 역시 아빠들에게 순수한 복수심과 증오만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친부모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연민 이상의 감정을 가질 틈도 없이 자신을 키워준 아빠들에 대한 애증愛憎으로 힘겹게 갈등하죠.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는 중에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것은 피하려 하거나, “죽지 마 아빠!”-눈물을 쏟으며 기태 아빠(조진웅 분)를 살리려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진짜 부자보다 더 진짜 같은 부자관계. 괴물이 보는 눈까지 닮은 걸 보면 아빠와 아들이 맞긴 한가 봅니다. 삶을 거치며 길러지고, 만들어진 부자 관계. 아마 석태의 어린 시절에도 견딜 수 없는 어떤 시련이 있었을까요, 두려움이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엄청난 시련이...

 


 


만약 화이가 진실을 알게 되고 그 때부터는 오직 친부모에 대한 사랑과 연민에 휩싸여 길러준 아빠들을 온전히 징벌하려고만 했다면, 영화가 무척이나 재미없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시간의 영화 속에 이들이 함께 보낸 10여년의시간과 경험이 잘 녹아들어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네요. 괴물 아빠들의 사랑을 인정한다는 듯, 화이목은 정성스레 가꿔져 마침내 붉은 꽃을 피어냈습니다. 영화 <화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요. 후루룩!

 





**********************************************************************************************BY 샤오롱바오

대책 없이 사는 만년 졸업반. 영화와 미술, 그리고 춤에 빠져있다. 

많은 영화를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기준은 매우 명확한 관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