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전시 관람을 다녀왔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에서 열리고 있는 <전광영 작가 개인전>과 기획 전시<Love Impossible>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사실 현재 MOA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기획전시인 <Love Impossible>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광영 작가의 개인전을 보러 간 것이기도 했거니와 결과적으로도 기획전시보다 전광영 개인전이 더 마음에 들었답니다. 그래도 <Love Impossible> 타이틀 로고가 참 괜찮죠?



  그래도 먼저, 더 마음에 들었던 <전광영 개인전>을 소개해볼게요. 일단 전광영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전광영 작가에 대한 기본 소개부터! (제가 직접 작성...아니 집대성한 전광영 작가 바이오그래피에요~.~)


1944년 출생. 홍익대학교와 필라델피아 예술대학에서 교육 과정을 밟았다. 초기 작품 활동에서는 빛에 대한 탐구를 관심사로 두고 알타프리마altaplima라는 자신만의 특수한 작업과정을 선보였다. 알라프리마는 아연화를 바르지 않은 순수한 천에다 마스킹 테이프나 작고 길죽한 띠모양의 페이퍼들을 흩뿌리고 그 위에 날염안료나 혼합한 유성물감을 드리핑한 후 페이퍼들을 떼어내는 방법을 일회이상 반복하고 중첩하는 것으로 빛의 영롱함을 자유자재로 변주할 수 있는 기법이다. 이처럼 이 시기의 작품들은 평면유화였으나 일반적 회화작업이 아닌 수공적/기술적 공정과 치밀한 계산이 내재된 것으로서, 이 과정에서 발현되는 오묘한 색의 조화를 추구했다.


94년도부터 한지 오브제작품인 <집합시리즈를 제작하면서 화가 전광영의 새로운 시기가 열린다. <집합시리즈는 삼각형으로 자른 스티로폼 덩어리들은 한지로 싸서 화판에 매다는 방식을 택한다초기 <집합시리즈에서는 옛 서적신문지부적염색 한지 등 종이의 질과 색감의 변화를 시험하는 단계와 염색에 의한 색상 변화 실험을 수행했으나 점차 정련되고 미니멀한 천연의 종이색으로 정착하게 되고 현재의 전광영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한국전통 한지로 군집된 종이묶음들로 이루어진 구성적 패턴과 솟아오른 입체들의 돌기된 표면이 보여주는 일정한 구조의 반복들이 패턴페인팅과 미니멀리즘의 컨셉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서울국제 아트페어, 시카고 아트페어, 뉴욕아트페어 외 다수 해외전시를 하였으며 현재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12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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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전광영 작가를 유명한 작가, 영향력 있는 작가로 만든 건 아무래도 <집합Aggregation> 연작인데요. 삼각형의 스티로폼 조각을 한지로 싼 것을 엮어 제작하는 방식이 특징적입니다. 위에 보이는 조각들이 다 삼각형 조각이고, 다 한지로 포장이 되어 있어요! 전광영 작가의 작품은 '한지'라는,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동양적 소재와 서양적 미니멀리즘 형식의 결합으로 인해 해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전광영 작가는 <집합> 연작의 제작 배경과 동기를 설명하면서 어린 시절 큰 아버지의 한약방에서의 모습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한약방에서 삼각형 모양으로 약재를 싸주는 정성스러운 모습에 깊게 감명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한지라는 정감있는 소재와 삼각형 모티프를 "싸기"라는 동양 특유의 보자기 문화로 결합시켜 <집합> 연작의 제작방식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작품에 사용된 한지들은 고서의 조각들로 모두 글씨가 적혀있는데요, 여기서 한지는 단순히 동양의 종이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사람들의 삶이 집합된 매개로 작용합니다. 

  동양적 소재와 서양적 방식, 게다가 작가의 개인 경험까지 섞어 인간 보편의 모습을 보이고자 한 작가의 독창성이 잘 드러나는 전시였습니다. 한 켠에서는 빛의 형상화에 주력했던 작가의 초기 작품들 그리고 색채 실험이 두드러지는 <집합> 연작의 초기작들도 볼 수 있어서 재미가 배가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샤오롱바오는 <집합> 시리즈의 삼각형 조각과 음영들이 한지에 서린 정감보다는 일차적으로 모나고 응어리진 어떤 자아의 표출로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련지 궁금하네요. 



한편 <Love Impossible> 기획 전시는 기대 이하였어요. 개별 작품들은 흥미롭고 참신한 것이 수두룩해서 볼 것이 많은 전시였지만, 이 작품들을 'Love Impossible'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내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크게 와닿지 않는 기획이었습니다. 개별 작품들이 전시 기획의 메인 아이디어보다 훨씬 좋은 그런 느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유기성이 아쉬운 지점이었어요. 어쩌면, 사랑의 불가능성이라는 너무도 팍팍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애써 밀어내고 싶은 철부지의 푸념이었을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추천할만한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움과 즐거움을 주는 작품들이 많거든요. 



왠지 센치해지는 가을날,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로 나들이 한 번 가는 건 어떠신가요? 

샤오롱바오는 다음 연재에서 더 좋은 영화 소개로 찾아오겠습니다.



p.s <Love Impossible>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유리로 된 얼굴을 만들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얼굴'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