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 읽기 전 주의사항 ※
① 이 글은 책을 읽으신 분들을 독자로 하기에 다량의 스포일러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② 이 글의 인용 쪽수는 임정택 외 9명의 저자가 쓴 『세계영화사 강의』(연세대학교 출판부, 2001)를 참고했습니다.
③ 문장 일부의 인용은 큰따옴표 표시만을, 문장 전체 인용은 작은따옴표 표시와 함께 괄호 안에 쪽수를 표기했습니다. 문단의 인용은 들여쓰기 후 괄호 안에 쪽수를 표기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표준화를 가져오다
임정택 외 9인이 쓴 『세계영화사 강의』를 읽고
1994년, '비락식혜'라는 이름으로 식혜가 캔에 담겨 팔리기 시작했다. 1981년에 캔에 포도알을 담기 시작한 '봉봉'에 이어, 이제는 밥알마저도 캔에 담아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락 식혜 출시 소식에 어떤 이는 식혜를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다며 기뻐했고, 어떤 이는 지역마다 맛이 다른 식혜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비락식혜'의 출현을 걱정했다고 한다.
생산방식의 규격화와 분업화를 통한 대량 생산은 인류에게 분명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주었다.(비락 식혜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식혜를 싼 가격에 맛볼 수가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이 마냥 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대량 생산의 도입은 분명 기존의 생산체계를 위협하였다.(비락 식혜 때문에 식혜를 이제 만들지 않는 어느 할머니가 계시다면, 우리는 식혜의 한 가지 맛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식혜에만 또는 상품생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품생산을 필두로, 다양성을 위협하는 획일적 대량 생산 시스템은 문화상품에도 적용되었고 그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이식되었다. 이번 글에서 할 이야기는 영화의 표준화이다.
(※이하의 내용은 세계영화사 강의 125-135p를 수정하고 요약하여 인용한 것이다※)
1908년 영화특허권을 통제하기 위해 설립되었던 영화특허권회사(MPPC)가 1912년 특허권 무효 판결로 인해 지배력을 잃었다. 그 후에 독립영화사들이 모여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토마스 인스와 같은 영화제작가는 효율적이면서도 경비가 적게 드는 공장의 조립 라인 방식을 응용하여 영화의 제작 과정을 분화하였다. 영화제작 과정은 시나리오, 세트, 조명, 편집 등으로 분업화되어 하나의 스튜디오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영화는 '효율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었다. 만들어진 상품을 안정적으로 팔아야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영화의 보급과 판매까지 장악하고자 했다. 파라마운트의 전신인 페이머스 플레이어스-래스키사(Famous Players-Lasky)는 상품의 차별화, 배급망 확보, 상영권 장악 등을 주요한 전략으로 추구하면서 주도적인 영화제작사로 부상하였고, 그 뒤를 이어 다른 영화제작사들도 이 전략을 따라하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1920년대 미국영화산업은 한 영화사가 제작, 배급, 상영을 모두 통제하는 ‘수직적인 통합체계’와 분업화와 표준화를 원칙으로 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주된 원동력으로 하여 고전적 할리우드의 황금기로 돌입할 수 있는 문턱을 다졌다. 할리우드는 고정적인 스타 이미지를 등에 업고 황금기로 입장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제작, 배급, 상영을 독점적으로 통합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안정된 흥행을 위해서 표준적인 제작 방식과 고정적인 스타이미지를 지향하였다. 이런 특징들은 결과적으로 20년대의 영화들이 일정한 공통분모를 지닌 채 생산되는 현상을 낳았다. 장르화된 영화가 등장한 것이다.
장르적인 영화생산은 최초의 흥행을 반복하고 그 위에 성공을 다지려는 시도 속에서 성장한 것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서사발달의 공식(formula), 등장인물이나 장면의 관습(convention), 시각적 이미지의 도상(iconograpy) 등을 표준화하였다. 이 시기에 할리우드 영화의 기저를 이루는 주요 장르들인 웨스턴, 갱스터, 호러, SF, 스크류볼 코미디, 여성 멜로드라마, 뮤지컬, 시대극 등이 장르화되어 정착하고 발전하였다.
(※이상의 내용은 세계영화사 강의 125-135p를 수정하고 요약하여 인용한 것이다※)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도입된 영화는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영화 산업을 만들었다. 이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장르화된 영화를 만들어내고 장착시키며 발전을 일구어냈지만, 한편으로는 장르에 갇혀 그 이상의 발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을 쏟아냈다.(물론 그 중에 몇몇의 수작들이 있기는 하다!) 어찌보면 그 후에 미국의 영화사는 보편적인 할리우드의 영화 문법을 거부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흡수하는 할리우드 간의 대결로 볼 수도 있겠다. 그 이후의 과정이 궁금하다면 『세계영화사 강의』의 '뉴 아메리칸 시네마' 편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문학] 오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재공지 및 넋두리 (0) | 2013.10.15 |
---|---|
[세상에서제일잘생긴익사체] 환상, 욕망, 사실, 허구 (1) | 2013.09.30 |
[선셋파크] 삶과 소설, 선셋파크의 결말에 대하여 (1) | 2013.09.02 |
[게으름에 대한 찬양] 자, 이제 모두 게을러집시다! (0) | 2013.08.20 |
[천사는 여기 머문다] 자신 안의 생명을 찾아나가는 여정 (3) | 2013.08.06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