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빙구의, 당신의 이야기]
우리는 무엇을 더 원하는가
아놀드 웨스커, [부엌]
안녕, 당신!
당신의 하루는 대부분 어디에 고여있나요? 학교일 수도 있고, 개인 사무실이나 작업실, 혹은 회사나 공장, 부엌일 수도 있겠죠. 그곳은 어때요, 할만한가요? 아니면 끔찍한가요? 아마 당신은 매일 생각할지도 모르죠. 이 지긋지긋한 곳 없어졌으면 좋겠어! 만약 정말로 그곳이 없어진다면 어떨 것 같나요? 학교나 사무실이, 공장이, 부엌이 없어진다면요? 당신은 그곳에서 무엇을 원하나요?
오늘 제가 가져온 이야기 속 사람들은 당신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있네요.
아놀드 웨스커의 [부엌]입니다.
쉬어빠진 수프처럼
레이몬드 : 이봐, 디미트리, 어젯밤 피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 알고 있니?
디미트리 : 거의 죽여 놓던데요. 왜 그런 거죠?
웨이트리스 2 : 하느님 맙소사.
디미트리 : 그런데 그게 다 피터 잘못인가요? 모두들 한바탕 싸우고 싶어했죠. 사람을 식기보관실에 하루 종일 처박아 놓아봐요. 설거지할 접시들, 내다 버려야할 냄새 나는 쓰레기통들, 청소할 마루들. 싸움밖에 뭐가 있겠느냐고. 싸우고 싶어진다고요. 자기가 사람이라는 걸 나타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녀석을 나무래요?
영국의 어느 식당, 런치타임이 시작되기 전 조리사들과 웨이트리스들은 사장 마랑고의 눈을 피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어젯밤 가스톤의 눈을 밤탱이로 만들어놓은 피터의 이야기가 오늘의 화제네요. 피터는 이 작품의 중심 인물로, 요리사 교류 프로그램으로 이곳에 3년동안 머무른 독일인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면 나치의 노래를 부르며 광대짓을 하다가도, 그의 애인인 모니크가 남편과의 이혼을 망설일 때면 불같이 화를 내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머지않아 모니크가 이혼하고 그에게로 오는 것을,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부엌을 하루빨리 떠나는 것을 낙천스레 꿈꾸곤 합니다. 그것이 이 삭막하고 건조한 부엌에 그가 계속 남아있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피터 : 모니크, 오늘 밤 몬티에게 말해. 이혼 말야. 우리 좀도둑처럼 몰래 만날 수는 없잖아. 우리 둘 다 상처입게 돼. 알고 있지?
모니크 : 피터, 지금, 여기서 그 말은 접어 둬. 나 이혼 얘기 못하겠어.
피터 : 여기 이 속엔 (자기 머리를 때린다) 상처 뿐이야! 우리는 말이지. 서로에게 해를 끼치고 상처를 주고 있어.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알겠어? 난 이 식당에 넌덜머리가 나.
모니크 : 그만해! 넌 왜 이런 얘기를 사람들 앞에서 해? 맨날 이혼하라 윽박지르고, 나는 시간을 달라고 하고, 항상 똑같아. 내가 약속했지. 이혼한다고. 이혼할거야. 참아 줘.
피터 : 참고 기다려라! 참으라고! 아직 모르나 본데, 나 더이상 기다리지 않을 거야.
모니크 : (싸늘하게) 좋을 대로 해!
피터 : (절망적으로) 난 어떡하라고? 웃음거리는 다 됐는데, 삼년 동안, 여기서 삼년 동안이나......
모니크 : (그를 놔두고) 아, 정말이지 죽겠네!
피터와 모니크가 싸우거나 말거나 레스토랑에는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부엌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이 식당에 새로 들어온 아일랜드 출신 조리사 케빈은 마치 기계를 다루는 듯한 조리 과정과 엉망인 음식, 언제 준비되었는지도 모를 재료와 수프, 열악한 부엌에 하루만에 완전히 질려 버리죠. 웨이트리스들과 조리사들은 마치 모던타임즈의 한 장면을 보듯 공장의 부품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부엌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열기로 미친 듯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웨이트리스 1 : (피터에게) 모듬 생선 세 개. (피터는 그녀가 주문한 것을 내 놓고 ‘다음, 다음’이라고 소리 지른다.)
웨이트리스 2 : 대구 두 개.
웨이트리스 3 : 넙치 하나.
웨이트리스 4 : 대구 하나.
케빈 : (피터에게) 레몬이 없어.
피터 : (무례한 무관심으로) 몇 개 더 썰면 될 것 아냐. 자 다음?
케빈 : 도마 빌릴게요, 부탁해요. (피터의 작업대에서 도마를 가져 가려한다.)
피터 : (일을 멈추고 케빈에게 달려들어 도마를 붙잡는다. 부엌에서는 각자 자기 것을 알아서 챙겨야 한다.) 오 안돼, 안 되지, 이 친구야. 접시 창고, 접시 창고. 접시 창고에 있어. 이건 내 거야. 나도 필요하다고.
케빈 : 잠시 쓰고 돌려 줄게요.
피터 : (가리키면서) 접시 창고. (강조하기 위해서 그의 손으로 도마를 내려친다. 웨이트리스에게) 뭘 원하시나?
케빈 : (피터의 변화에 놀라면서) 저, 좀 더 인간답게 말해줘요, 제발.
피터 :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다고.
웨이트리스 : (피터에게) 넙치 세 개 해줄 수 있나요?
피터 : 두 마리 밖에 없는데. 오 분 내에. 오 분 있다가 와. (삶기 위해 물에 담근 가자미 접시를 가지러 증기실로 달려간다.)
그들에게 부엌은 이미 마치 공장과도 같습니다. 쉬었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온 수프는 주방장과 부주방장을 지나 그릇만 바뀌어서 다시 나가고, 주문은 여덟 박자에서 여섯 박자로, 여섯 박자에서 네 박자로, 네 박자에서 두 박자로, 마침내는 아무 간격 없이 기계적으로...... 런치타임의 부엌은 이렇게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 갑니다.
케빈의 마지막 대사를 계기로 웨이트리스들은 전원 조리사들을 둘러싸는 원이 되어 움직인다. 그들은 정지 동작에서 시작된 일련의 주문을 반복적으로 외쳐댄다. 동시에 오븐의 음량은 고조되고, 조명의 광량도 증가된다.
그 때 바이올렛이 뛰어와서 조리실에 고함친다.
바이올렛 : 다들 들어! 그 잘난 수프는 여전히 쉬어 빠졌다.
그 말에 모두 얼어붙고, 암전.
부엌이 없어진다면
피터 : 이 곳처럼, 이 집처럼 말이지. 이것도, 언제나 여기에 그냥 있을 거라고, 아이리쉬 친구. 생각해 볼 만한 일이군. 이 미친 소굴 말이야. 항상 이 자리에 그냥 있을 거야. 네가 가거나, 내가 가거나, 디미트리가 가거나. 이 부엌은 남아 있을 거야. 우리가 죽어도 이곳은 계속될거야. 생각해 보라고. 우리는 여기서 하루에 여덟 시간씩 일하지. 땀을 진창 흘리면서, 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해. 여기, 이 부엌, 여기, 너와 이 부엌. 그리고 이 부엌은 너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고, 너 또한 부엌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거지. 디미트리가 맞아. 넌 왜 부엌에 대해서 불평하고 있는 거지? 세상은 부엌들로 가득 차 있다고. 단지 어떤 것은 사무실이라 부르고, 어떤 것은 공장이라 부르고 있을 뿐이지.
케빈 : 당신은 식당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피터 : 어느날 아침에, 상상해 봐, 사라졌다고. 모든 게 사라졌다고.
1막이 막을 내리고, 2막이 시작되기 전 인터루드. 지옥같던 런치타임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입니다. 못해먹겠다는 케빈의 말에 피터는, 부엌이 없어지면 어떨 것 같느냐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쓰레기통과 그릇, 냄비, 빗자루를 나란히 세워 조잡한 아치를 만들면서 그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꿈을 묻습니다. 어린 애 장난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은 하나둘씩 꿈을 꺼내 놓기 시작해요. 디미트리는 기계들을 마음껏 만들 수 있는 헛간, 케빈은 휴식, 한스는 돈. 그리고 마침내 무뚝뚝한 유태인 조리사 폴까지도 피터에게 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자신은 친구를 꿈꾼다고요.
폴 : 피터... 내가 말할 게 있어. 하고 싶은 말 다 해도 괜찮겠지? 좋아, 솔직하게 말할게. 난 니가 싫어. 잠깐, 끝까지 다 들어봐. 넌, 돼지 같은 놈에다 깡패야. 너는 질투심이 많고 일할 때는 미친 놈 같아. 너는 언제나 싸우려고 해! 좋아! 하지만 지금은 조용하지. 오븐 소리도 작고. 잠시동안 일도 멈추고 있어. 이럴 때면 나는 너를 조금씩 알게 돼. 그러나 여전히 너는 돼지 새끼야. 그것이, 바로 그것이 내 꿈에 보여.
나는 친구를 꿈꾼다. 너는 나에게 지금 휴식을 주고 있어. 침묵을 주고 있다고. 이 미친 듯한 부엌을 멀리 갖다 버리는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그래서 난 내가 돼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마 돼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줍니다. 옆집에 사는 버스기사가 5주 동안 파업을 했을 때, 그는 출근길이 더 불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그 이웃을 응원했다고요. 그러던 어느 일요일, 그는 평화 행진에 참가하게 됩니다. 크게 소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음날 그가 그 이웃을 만났을 때, 그는 이웃으로부터 그의 머리에 폭탄이 떨어졌어야 했다는 폭언을 듣습니다. 왜냐구요? 시위가 교통 흐름을 막았기 때문이에요. 버스가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는 거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폴 : 내가 옳았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건 아냐.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 녀석이 동의하기를 원하지도 않아. 나를 섬뜩하게 만든 것은 이 친구가 내 목적을 위해 도와주었으니까 어쩌면, 그래 어쩌면 그가 주장하는 바에도 무언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려 들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
끔찍한 것은 나와 그 녀석과 비슷한 수백만의 사람 사이에는 벽, 거대한 벽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생각해본다. 이 벽의 끝은 어디인가? 주위엔 부엌, 공장, 수많은 사무실을 품고 쭉쭉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빌딩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숱한 사람들. 나는 생각하지. 빌어먹을! 이래도 되는가, 이래도 되는가, 이래도 되는가?
피터, 나는 네게 동의해. 아마도, 어느날 아침 깨어나 보면 우리는 모든 게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될 거야. 그렇다면 내가 빵 만들기를 그만두어야 하나? 공장근로자들은 기차랑 자동차 만드는 일을 중지해야 하나? 광부들은 석탄을 있는 곳에 그냥 둬야 하나? (사이) 이번에는 네가 대답할 차례야. 네 꿈은 뭐야?
긴 침묵.
피터 : 꿈 얘길 하라고 했는데 너는 악몽 얘길 하는구나.
폴 : 바로 그런 꿈을 꾼 거라고. 그게 악몽인 것이 내 잘못인가?
사람들은 모두 피터의 꿈 얘기를 듣기를 기다립니다. 피터는 일동의 기대가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끼고 당황하고, 결국 인터루드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꿈을 털어놓지 않습니다. 부엌이 없어진다면, 하는 질문을 맨 처음 던진 사람이지만, 결국 폴의 기대와는 달리 피터는 그 미친 부엌을 멀리로 갖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요. 폴은 피터가 떠난 부엌에남아 이게 다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립니다. 디미트리는 이렇게 대꾸하죠. 마치 2막에서의 큰 소동을 암시하는 듯하기도 하네요.
디미트리 : 내가 어떻게 알아? 때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아무도 그 뜻을 모른다고. 그러다 갑자기 다른 일이 터지면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거야. 피터는 바보가 아냐. 너도 바보가 아냐. 사람의 뇌는 계속 움직이고 있거든. 항상 말이야. 정말이라고.
우리는 무엇을 더 원하는가?
모니크의 등장에 반색하며 부엌을 나갔지만, 그녀는 어딘지 시큰둥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생일선물에 기뻐하다가도 부랑자에게 커츠를 주었다는 말에 칭찬보다는 마랑고 걱정을 먼저 하더니, 피터의 아이를 낙태하는 것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 그녀가 이혼 생각이 크지 않음을 알게 되죠.
부엌에 들어오자 그가 아까 자랑스럽게 세워놓은 아치는 이미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누가 그랬냐며 화를 내지만 사람들은 모르는 척 일에 열중합니다. 아직 준비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주문을 하는 건방진 웨이트리스들과, 그가 평소에 즐겨 부르던 나치의 노래를 빈정거리며 흥얼거리는 가스톤, 마치 모든 것들이 그를 조롱이라도 하듯 신경을 긁습니다. 마지못해 요리를 시작한 피터. 그러나 굼뜬 그의 손길에 성미 급한 웨이트리스는 조리대에 들어와 직접 음식을 담아가려고 하고, 그것이 그를 폭발하게 합니다.
(제빵부 요리사들이 떠나자 갑자기 피터의 작업대에서 논쟁이 터져 나온다. 피터는 생선이 담긴 접시를 웨이트리스 손에서 빼앗아 바닥에다 내동댕이친다. 피터가 다른 일로 바빠서 등을 돌리고 있는 사이 그녀는 자기가 주문한 요리를 직접 챙기고 있었다.)
피터 : 날 기다려, 알았어? 서브는 내가 하는 거야. 넌 나한테 부탁하는 거고.
웨이트리스 : 너무 바쁜 것 같아 특별히 도와준 거에요.
피터 : 관심 없어. 여긴 내 구역이고, 저기 (바의 옆을 가리키면서) 저기는 너의 영역이라고.
웨이트리스 : 이런 젠장할, 잠깐만 기다려봐. 도대체 당신이 뭔 줄 아는 거야?
피터 : 내가 누군지 넌 상관 마. 난 요리사야, 됐어? 너는 웨이트리스고 부엌에서는 넌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야, 됐어? 그리고 식당에서는 너 좋을 대로 하라고.
웨이트리스 : (오븐에서 다른 접시를 꺼내면서) 당신한테 명령을 받지는 않을 거야. 알지, 난...
피터 : (고함을 치면서 그녀의 손에서 접시를 또 다시 빼앗아 내동댕이친다.) 내버려 둬. 거기 내버려 두라고. 내가 음식을 챙겨준다고. 내가! 나 말야! 여기는 내 왕국이야. 내가 사는 곳이야! 이 구역 말이야!
웨이트리스 : (아주 조용히) 이 놈의 독일 놈이. 빌어먹을 독일 놈의 새끼!
그의 고함소리로 웨이트리스는 얼어붙고, 그는 마치 흥분한 짐승처럼 난폭하게 주변을 돌아보다가 접시들을 와장창 깨부숩니다. 다른 조리사들이 그를 제압하려고 달려들지만 그는 큰 고기칼을 휘둘러 주변을 위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칼로 주방 내의 화기들에 연결된 커다란 가스관을 절단하고 맙니다.
오븐의 불이 일제히 꺼졌습니다. 한순간 침묵이 흐릅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직감할 때까지.
그 후 모든 게 어지럽혀집니다. 피터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식당은 아수라장이 되었으며 접시는 온통 바닥에 널브러졌네요. 소동은 마랑고가 부엌에 등장하고 난 뒤에야 진정됩니다. 그는 화를 내기보다도 놀라고, 상처입었다는 표정으로 피터를 대합니다.
마랑고 : (무섭도록 냉엄한 자세로) 너는 나의 모든 세계를 정지시켰어. 네가 하느님한테 허락이라도 받았냐? 받았어? 이런 일을 할 만한 인간은 아무도 없어! 너 말고는!
프랭크 : 사장님, 참으세요. 이 놈은 그만 둘 사람입니다. 아마 어디가 아픈 모양이에요. 그러니 진정하세요.
마랑고 : (조용히 호소하듯이) 프랭크, 왜 모든 사람들이 나를 파멸시키지? 나는 일자리를 주었어. 충분한 월급도 주고. 안 그래? 원하는 대로 먹게끔 했어. 사람들에게 무엇을 더 주어야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일하고, 먹고, 돈을 받는다. 이것이 인생 아닌가? 안 그래? 난 아무 잘못 없어. 그렇지? 나는 바르게 살아왔어!
(피터에게) 너는 내 세계를 짓밟았다, 풋내기 녀석아! 개판을 만들어 놨어. 왜 그랬지? 아마 넌 내가 모르는 걸 말해줄 수 있을 거야. 말해 봐. (아무 대답도 없다. ) 나도 배우고 싶군. (부엌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것이 있나?
피터는 일어나서 고통스럽게 움직이면서 나간다. 마랑고는 그의 등 뒤로 고함을 지른다.
마랑고 : 바보 자식! 무엇을 더 원하나? 무엇이 더 필요해, 말해 봐!
이렇게 부엌은 오븐 소리도 없이 고요하게 멈춰 버렸습니다. 폴의 말대로 피터는 어쨌든 미친 듯한 부엌을 멀리 갖다 버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게' 사라진 한가운데서 식당의 사장인 마랑고는 피터와 식당의 다른 사람들에게 외칩니다. 그는 충분한 월급을 주었고, 식사를 제공했다고요. 부엌에서 그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던가요? 사람들은 왜 그토록 부엌을 지긋지긋해하고 벗어나려고 했던가요?
아무리 바쁘게 부엌이 돌아가도 여전히 쉬어빠진 채로 식당에 나가는 수프처럼, 웨이트리스 한 명이 쓰러지든 말든 부엌은 이전처럼 돌아갑니다. 이제 그 부엌이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에 대해 어떤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모두들 여전히 쉬어빠진 수프인 채로 그릇 안에 담겨져있을 뿐이죠. 그들은 그동안 부엌의 어딘가를 구성하는 부품에 불과했으니까요.
폴은 물었습니다. 어느 날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을 때, 자신은 빵 만들기를 그만두어야 하느냐고. 공장의 근로자들과 광부들도 하던 일을 내려놓아야 하느냐고. 폴이 말한 것처럼 부엌이 없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닌 듯하네요. 벽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들, 폴이 그 벽 너머로 손뻗으려 할 때 그를 외면했던 그의 이웃처럼, 서로의 벽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부엌이 사라지는 달콤한 꿈은 그들에게 악몽으로 돌아올 뿐입니다.
그들이 끔찍하게 생각하던 마랑고 역시 그 벽 속에서 외칩니다.
마랑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야?
피터는 답을 하려고 한다. 여러 사람들을 쳐다보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당신이 모른다면 설명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 말없이 나가 버린다. 마랑고는 주변에 둘러서서 그에게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식당 사람들에게 묻는다.
마랑고: 무엇을 더 원해?
부엌에는 더 할 일이 없다. 주방장이 모자를 벗더니, 조용히 나간다. 그것을 계기로 하나둘씩 모두 부엌을 떠나기 시작한다. 그는 다시 울부짖는다.
마랑고 : 무엇이 더 필요하냐고?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마랑고는 객석으로 몸을 돌려 관객에게 호소한다.
마랑고 : 무엇을 더 원하는가?
천천히 암전.
'[연극] 빙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빙구의, 당신의 이야기] 데스데모나 – 웬 손수건에 관한 연극 (0) | 2013.09.13 |
---|---|
14. 지금의 얼굴은 전생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0) | 2013.08.17 |
12. 부유하는 이름들의 표류기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0) | 2013.07.18 |
11.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가라] (0) | 2013.07.05 |
10. 폭력의 역사에 대한 우화, [THE BEE] (0) | 2013.06.21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