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광고에서 에디슨이 말하더군요.

"잠은 인생의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숙면일 경우에요."


저는 잠이 많습니다. 에디슨에 의하면 저는 거의 된장범벅의 메주남자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말인 데, 에디슨을 흉내내보려고 합니다.


"음악은 인생에 있어서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루 한 곡이면 충분합니다. 좋은 곡일 경우에요."




아램디의 <<지속가능한 음악>> 그 다섯번 째 말장난.

5. 음악은 사치 - 'ICU' From 김사랑


ICU Music Video.




1. 부자 나라 가난한 우리. 그리고,

    사치.

나는 지하철을 탑니다. 환승을 합니다.

잠실의 8호선과 2호선을 이어주는 환승통로는 아주 깁니다.길고도 넓죠.

출근 시간, 그러니까 8시에서 10시대의 이곳은 무척이나 붐빕니다.

사실 붐비는 정도가 아닙니다. 클럽을 방불케합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부비부비가 성립됩니다(지하철 안은 클럽보다는 강제수용소에 가깝습니다, 생존과의 혈투죠).


'지하'철이라고 읽고 '지옥'철이라고 쓴다.


나는 그들의 옷차림을 봅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패딩이 많이도 보입니다.

누군가는 몽클레르를 입고, 누군가의 좀 앞에서 있는 누군가도 몽클레르를 입고

누군가는 지도가 그려진 패딩을 입고, 그녀의 8시 방향에 있는

이십대 초반의 남자 역시 '캐다나의 거위'라고 해석되는 문구가 새겨진 패딩을 입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행입니다. 죄다 입으니까 유행입니다. 나는 유행에 민감해야 합니다.

나는 연두색의 네모박스로 유명한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여

'캐다다의 거위' 라고 타이핑합니다. 그리고 엔터 키를 누르죠.



지하철의 클럽을 연상케하는 환승통로에서 모두가 입고 있던 것의

사진이 모니터에 가득합니다. 그것들은 내가 보았던 그 지도모양이 또렷히 박혀있고,

'캐다다의 거위' 라고 자랑스레 박혀있는 제품들입니다. 그것들은 내가 본 것입니다.

모두가 입던 패딩입니다.

마음에 드는 놈으로 고릅니다. 나는 구매를 원합니다. 나는 가격을 봅니다.


[886,000원]


이것은 외계의 숫자가 아닙니다. 8만 8천 6백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팔십팔만육천원을 의미하는 숫자와 한자의 조합입니다.

나는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입니다. 입고 싶습니다.

나는 할부를 하기로 합니다. 석 달만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합니다.그리고는

구매를 포기합니다.

월세와 보험료와 핸드폰 요금과 저 삼개월 할부금을 내고 나면 생활비도 안 남을 것이 분명합니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모니터를 바라봅니다.


바라봅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본 그들이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다들 가난합니다. 그들은 대부분 돈 걱정에 돈 걱정을 돈걱정을 또 하며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미어터지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는,

8시쯤에야 미어터지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합니다. 그들은 몇 년째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 그들에게 부유한 미래가 있을 것이란-

'희박한 가능성'에 대해서

나는 그다지,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그들은 가난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를 입습니다.

수입에 걸맞는 소비로써,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를 입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사치 를 부렸습니다. 그들에게 캐구와 몽클레르는 사치 입니다.

한달에 200만원씩버는 그들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옷을 사 입는 것은 사치 입니다.

상식적인 기준에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부자입니다. 돈이 많다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자랑합니다. OECD순위가 어쩌구 난리도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 12시간씩 일해가며 열심히 벌어도 우리는 월세를 벗어나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아침부터 순대지하철을 타고 연가도 반납해도, 잘 안됩니다.

우리가 게으른가요? 우리가 못하나요?

자본주의는 열심히 일한 만큼 부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가요.

왜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데, 고작

패딩 하나를 위하여 사치 해야 하는 건가요.




2. 4시간의 전제

에디슨이 말합니다. 에디슨은 하루 4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그리고 덧붙입니다.


'숙면일 경우에요.'


숙면이 이루어지면 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숙면일 경우에 4시간 이상의 잠은 사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사치 하나요?


왜냐면,


우리는

숙면하지 않거든요.




3. 숙면을 위하여.

- 사치하지 않기 위해서, 저는

숙면을 하고자 합니다.


숙면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침대와 침구류를 잘 정리하고, 나의 내면세계를 편안하게 하려합니다.

깨끗이 씻고는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합니다.

따뜻한 우유를 한잔 데워서 마셔보죠.

자 수면양말과 안대를 착용하고, 눕습니다.

기도합니다.

조용히 기도합니다.

저에게 숙면을 허락하소서.



그래서 숙면했냐구요?

하루만에 잘 될리가 없죠.


오늘도 어김없이 8시간이나 자버렸죠. 하하






"음악은 인생에 있어서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루 한 곡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좋은 곡일 경우에요."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데.

음악은 사치 라니까요!

그래서 저는 하루 한 곡이면 충분합니다.


좋은 곡일 경우에요.


좋은 노래가 아니라면,

구매하고 또 구매하고 또 다운로드 하고

우리는 사치할 겁니다.

또 다시 한달에 200만원 벌면서 100만원짜리 패딩을 살겁니다.


나는 사치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하루 한 곡으로 만족하고,

하루 4시간의 수면으로 살아내고,

8만원짜리 패딩으로도 따뜻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숙면할 경우입니다.

이것은 좋은 노래일 경우입니다.


하지만 그래요.

하루 아침에 숙면이 잘 안되듯!

좋은 노래를 갑자기 찾는 게 쉽지 않다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해드린다는 겁니다. 예예.

하하하하하하하. 으흠 그럼

아램디가 소개하죠.


김사랑의 'ICU' <Human Complex>, 2013


가사 와 함께 다시 한 번 들어보자니까요.

왜냐하면 이건,


좋은 노래니까-



<Lyrics>


지친 우리 젊은 날
윤리는 검은 칼
틀림없는 위안
깨어나 아니면 더 후회해
나는 나 달린다 단숨에
위험한 그들만 백배 만만한 Show
Big Pig 매우 많은 돈 불리는 놈
너와 난 피말린 다음 털리는 MOB
끝나지 않은 대물림
이 매일 같은 조임이
다 게임은 아닌지 몰라
허울만 바른말 차포 다 떼인 언론
워낙 우린 말만 많은 Souls
툴툴대지만 말고 웃어보오
틀림이 아닌 다름에
무의미한 다툼의 이유
모두 왜인지 여튼 난 몰라
But I know we are the one




김사랑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그의 3집 <U-TURN>부터 들어보시길

단언컨대 그는, 좋은 음악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