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램디의 

<<지속 가능한 음악>>


그 열두 번째 음악[각주:1].


Track 3 

by 이소라





지속 가능한 음악

을 포스팅 타이틀로 정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나의 음악관이기 때문이다.




내가 쓴 소설에서처럼, 

나는 기적을 바라지는 않았다.

나는 단지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음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알아차리는 데는,


이후로 단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음악을 하는 데에는 '몇 가지의' 것들이 필요하다.


1. 돈

2. 악기(비싼 것일 수록 좋다)

3. 재능

4. 컴퓨터(최소 ssd 256G , 램은 16G 이상의 사양을 갖춰야 한다)

5. 손(비싼 악기에 걸맞게 빠른 것일수록 좋다)

6. 인내(인내가 없다면 자신의 손을 부숴버릴 지도 모른다)

7. 마스터 키보드

8. 헤드폰

9. 믹서

10. 절대적! 시간

11. 훌륭한 스승

12.

.

.

.

...

.......




정정해야겠다. 

음악을 하려면 '수 백가지의 것'들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음악을 사랑한 경위에 대해서 말해보자니, 정리하기가 영 어렵다.

여러가지 역학이 얽히고 섥혀서는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은데 일일이 설명하자니 좀 귀찮고 좀 

부끄럽기도 하다.


사실

그것은 짝사랑에 가깝다.

안타깝지만 음악은 나에게 별로 살가운 표정을 지은 적이 없다.

이따금 그 환한 얼굴빛이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졌다 싶으면, 

어느새 다시금 멀어져 갔다.

도도한 소녀처럼 멀찍이 물러서고는

얄궂게 목도리까지 두르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가지고 싶었다.

환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손아귀에 쥐어와서는 내 두번째 서랍에 꼭꼭 가두고 싶었다. 




결국 나는 음악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음악은, 단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래서 더 서럽게 느껴졌던 밤에도,

그 날 밤에 방문을 굳게 닫고 커튼을 쳤을 때에도

그녀의 흔들리는 파동은 커튼 뒤로 울렁였다.


내가 음악을 외면했을 때마저

음악은 내 방 창문 밑으로,

은은한 음영을 부어 주었다.




음악을 하는 데에는 아까도 말했지만

'수백 가지의 것들' 이 필요하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데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음악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

내가 기타를 소홀히 연습하더라도

나의 노래가 수만명을 울게 만들지 못할지라도

언제나 그곳에 있다.

나에게 600만원짜리 Gibson Lespaul Standard가 없더라도

우리 집 지하에 50평짜리 최신식의 스튜디오가 없더라도

언제나 그곳에 있다.

더 이상 쓸만한 앨범이 안나오는 세상이고

심지어는 디지털 싱글이라는 이름으로 한 곡짜리 앨범이 지배하는 세상이며

광폭한 기계음향으로 음표를 구분할 수 없는 음악들이 유행인 세상이라고 해도.


음악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음악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음악은 언제나 그곳에 있어서 지속 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지속 가능한 음악'은 그저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수줍은 짝사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윽한 울림으로,  

도무지 갚을 수 없는 커다란 사랑으로


언제나 그곳에서 


나를


 

끌어 안는 것이다.




  1. '11.' 을 빼먹고 '12.'를 포스팅하는 바람에, '11.'이 열두 번째 음악이 되어버렸네요. ^^^ [본문으로]